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임장(臨場)’은 공인중개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매물의 실제 상태와 주변 환경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은 신뢰성 있는 거래를 위한 가장 기본이죠. 하지만 최근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임장 활동에 대해 ‘기본 보수’를 지급하는 시스템, 즉 ‘임장 기본보수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임장 기본보수제는 거래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공인중개사가 임장을 수행한 것에 대해 일정 금액의 기본 보수를 받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이는 현재의 ‘거래 성사 시에만 보수를 지급하는’ 시스템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입니다. 과연 이 제도는 왜 논의되고 있으며, 도입된다면 공인중개사와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 글에서는 임장 기본보수제 논의의 배경부터 양측의 찬반 쟁점, 그리고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과제까지 상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공인중개사협회)
최근 부동산 업계의 화두: 임장 기본보수제란?
임장이란 무엇인가?
먼저, 임장이란 공인중개사가 고객과 함께 또는 단독으로 매물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상태, 구조, 주변 환경, 교통, 편의시설 등 매물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이는 고객의 요구에 맞는 최적의 매물을 찾고, 매물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핵심적인 과정입니다. 임장 없이는 책임감 있는 중개 활동을 하기 어렵습니다.
왜 ‘기본보수제’ 논의가 나왔나?
현재 공인중개사의 보수 체계는 ‘거래 성사 시’에만 법정 중개보수를 지급받는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공인중개사는 매물 탐색, 임장, 고객 상담 등 거래 성사를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을 투입하더라도 최종적으로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합니다.
이러한 현행 보수 체계 하에서 공인중개사들은 다음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합니다.
- 노력에 대한 보상 부재: 여러 고객을 대상으로 수십, 수백 건의 임장을 진행해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며, 계약 불발 시 투입된 시간과 비용을 모두 손해 보게 됩니다.
- 비효율적인 임장 문제: 진지한 구매/임차 의사 없이 단순히 ‘구경’만 하거나,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매물을 요구하는 고객들 때문에 비효율적인 임장에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 허위/과장 매물 유인 가능성: 중개보수를 얻기 위해 급매물인 것처럼 속이거나 장점만 부각하는 허위/과장 매물로 고객을 유인하는 일부 사례가 발생할 여지를 제공합니다 (물론 대다수 중개사는 정직하게 일합니다).
임장 기본보수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공인중개사의 정당한 노동과 비용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을 보장하여, 중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비효율적인 관행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임장 기본보수제, 어떻게 작동할까? (잠재적 모델)
임장 기본보수제가 도입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으며, 통일된 형태는 없습니다. 몇 가지 예상되는 모델은 다음과 같습니다.
- 건당 기본료 부과: 임장을 진행한 매물 한 건당 일정 금액의 기본료를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10개의 매물을 임장했다면 ‘건당 기본료 X 10’의 보수를 지급하는 식이죠.
- 시간당 기본료 부과: 임장에 소요된 시간이나 중개사가 고객과 함께 현장에 머무른 시간을 기준으로 기본료를 산정하는 방식입니다.
- 패키지 형태: 일정 개수 또는 시간의 임장을 묶어서 패키지 형태로 기본 보수를 설정하는 방식입니다.
- 거래 성사 시 차감: 임장 기본보수를 지급하되, 추후 해당 중개사를 통해 거래가 성사될 경우 최종 중개보수에서 기 지급된 기본보수만큼을 차감하는 방식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누가, 언제, 얼마를 지불하게 되나?
모델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서비스를 요청한 고객(매수인 또는 임차인)이 임장 활동을 마친 후 중개사에게 기본보수를 지급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마’를 지불할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며, 매물의 종류(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등), 가격대, 임장 거리나 시간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방안 등이 논의될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 입장에서 본 임장 기본보수제
임장 기본보수제 도입에 대해 공인중개사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하고 있습니다.
장점: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 허위 매물 감소 기대
- 노력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 가장 큰 장점은 거래 불발 시에도 임장을 위해 투입한 시간, 비용, 노력에 대해 최소한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중개업 종사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직업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 비효율적인 임장 감소: 기본 보수를 지불해야 한다면 고객들은 보다 신중하게 임장을 요청할 것이며, 이는 중개사들이 불필요한 임장에 낭비하는 시간을 줄여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 허위 매물 감소 가능성: 임장에 비용이 발생하게 되면, 단순히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거나 이미 계약된 허위 매물로 임장을 유도하는 행위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단점: 고객 저항, 행정 부담, 경쟁 심화 우려
- 고객 저항 및 불만 증가: 아무리 소액이라도 거래 성사 없이 임장에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이 큰 거부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는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힙니다.
- 중개사 간 경쟁 심화: 임장 기본보수제를 도입하는 중개사와 도입하지 않는 중개사 간의 경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결국 고객 유치를 위해 기본보수를 받지 않는 중개사에게 고객이 몰릴 수도 있습니다.
- 행정적 부담 및 갈등 소지: 임장 횟수, 시간 등을 기록하고 보수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행정 부담이 발생하며, 보수 산정 기준이나 범위에 대해 고객과의 갈등이 발생할 소지도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본 임장 기본보수제
임장 기본보수제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명확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점: 신중한 임장 유도, 정보의 질 향상 (잠재적)
- 신중한 임장 및 구매 결정 유도: 임장에 비용이 발생하면 소비자는 정말 관심 있는 매물에 대해서만 신중하게 임장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묻지마 임장’을 줄이고 자신의 예산과 조건에 맞는 매물을 찾는 데 더 집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 정보의 질 향상 기대: 중개사가 임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는다면, 임장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하고 매물에 대한 상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합니다.
단점: 비용 부담 증가, 자유로운 임장 제약 (가장 큰 우려)
- 비용 부담 증가: 거래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임장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은 소비자에게 가장 큰 부담이자 불만 요소입니다. 여러 매물을 비교하기 위해 임장을 많이 해야 하는 경우 비용 부담이 상당해질 수 있습니다.
- 자유로운 탐색 활동 제약: 초기 단계에서 다양한 매물을 편하게 둘러보며 시세를 파악하고 자신의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의 자유로운 정보 탐색 활동을 제약할 수 있습니다.
- 보수 기준의 불명확성: 임장 기본보수의 적정 수준이나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은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으며, 중개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임장 기본보수제 도입 논의의 현황과 과제
임장 기본보수제는 아직 공식적으로 법제화되거나 업계 전체에 통용되는 제도가 아닙니다. 현재는 대한공인중개사협회 등 일부 중개사 단체를 중심으로 필요성이 제기되고 논의가 이루어지는 단계입니다.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입니다.
관련 단체 및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
- 중개사 단체: 공인중개사의 정당한 노동 가치 보상 및 비효율 개선을 위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 소비자 단체: 소비자의 비용 부담 증가와 정보 접근성 저하를 우려하며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전문가/학계: 제도의 긍정적/부정적 효과에 대한 분석과 함께,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제도 도입 시 고려해야 할 점 (과제)
임장 기본보수제가 실제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해결해야 합니다.
- 사회적 합의 도출: 공인중개사와 소비자 양측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보수 체계와 도입 필요성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 합리적인 보수 수준 및 기준 설정: 임장 기본보수의 적정 금액과 매물의 종류, 임장 시간/거리 등을 고려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 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 제도로 인해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이 저하되거나 불필요한 비용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 장치가 필요합니다. (예: 일정 횟수/시간의 무료 임장 제공 등)
- 기존 중개보수 체계와의 연동: 거래 성사 시 최종 중개보수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 탈법 행위 방지: 기본 보수만 받고 계약은 유도하지 않는 등의 비윤리적인 행위나 편법 운영 가능성에 대한 방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임장 문화 개선을 위한 다른 방안은 없을까?
임장 기본보수제 도입 논의는 현재 중개 서비스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시도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제도 외에도 임장 문화를 개선하고 중개 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존재합니다.
- 온라인 매물 정보의 정확성 및 투명성 강화: 허위 매물 근절 시스템을 강화하고, 매물 정보의 상세함을 높여 소비자가 사전 탐색만으로도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공인중개사의 전문성 및 상담 능력 강화: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임장 전 충분한 상담을 통해 고객에게 맞는 매물만 선별하여 제안하는 전문성이 중요합니다.
- 기술 활용을 통한 효율성 증대: VR 임장, 드론 영상, 상세한 온라인 매물 정보 제공 등 기술을 활용하여 비효율적인 현장 임장을 줄이고 사전 검토 과정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임장 기본보수제, 아직은 ‘논의 중’
임장 기본보수제는 공인중개사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고 중개 서비스의 질을 높일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소비자 부담 증가라는 명확한 한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현재 이 제도는 도입 여부와 구체적인 형태에 대해 업계 내부 및 이해관계자 간의 활발한 논의가 필요한 단계이며, 실제로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임장 기본보수제는 표준적인 중개 관행이 아니며, 대부분의 공인중개사는 거래 성사 시에만 보수를 받고 있음을 명확히 말씀드립니다.
앞으로 임장 기본보수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이 논의 과정을 통해 공인중개사의 노고에 대한 정당한 인정과 함께 소비자의 권익이 동시에 존중받는, 더욱 투명하고 효율적인 부동산 중개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봅니다.